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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전 "우리는 왜 그랬을까?"
출처:베스트 일레븐|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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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만 놓고 보면 한 골 차 석패였다. 경기 기록을 봐도 역시 아까운 패배였다. 경기 내용을 복기하더라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스코어, 경기 기록, 경기 내용을 한데 묶어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8위의 세계적 강호와 겨뤘음을 절감하게 되는 패배였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지배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일까? 크로아티아전에서 우리는 왜 그랬을까?

 

 

"우리는 왜 그랬을까?" 1: 한국 3선 vs 크로아티아 3선

FIFA 랭킹 8위와 56위의 한국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48계단이나 되는 그 차이는 선수들의 기량일 수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일 수도,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직후 가장 먼저 도드라진 차이는 수비-허리-공격으로 이어지는 3선의 간격이었다. 크로아티아는 볼을 소유했을 때나 그렇지 않았을 때나 한결같은 3선을 유지했다. 전반 초반에는 최전방 공격수부터 최후방 수비수까지 간격이 30m를 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이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하려는 순간에는 압박이 심해져 그 간격이 20m까지 줄었다. 전반 중반 이전까지 우리가 볼을 가졌음에도 전개할 곳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배경이다.

반면 한국의 3선은 크로아티아에 비해 넓었다. 수비시에는 그나마 30~40m로 유지했지만, 공격 상황에서는 꽤 많이 벌어졌다. 만약 구자철이 중원을 수직적으로 많이 오르내리지 않았다면, 이청용이 허리 아래까지 볼을 받으러 내려오지 않았다면 간격은 40m 이상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특히 우리가 볼을 소유했을 때 조동건손흥민 등 공격수의 위치가 좋지 않았다. 두 선수는 후방에서 날아오는 패스에만 집중하느라 움직임이 전방을 향해 있었고, 그럴수록 수비진이나 미드필더진과의 간격은 더 벌어졌다. 짧은 패스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을 생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랬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의 3선은 경기 시작 직후부터 벌어졌다. 크로아티아의 강한 공격을 막아야 하는 수비는 엉덩이가 자꾸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상대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허리를 장악한 탓에 긴 패스에 의존했다. 허리 진입이 안 돼 긴 패스로 크로아티아 수비를 한 방에 무너트리고자 한 것이다. 그런 시도가 반복될수록 수비-허리-공격으로 이어지는 3선 간격은 계속 벌어졌다. 그리고 이는 패스 성공률과 공격 효율성을 모두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나마 전반 45분 동안 크로아티아에 크게 밀리지 않았던 것은 언급했듯 이청용과 구자철이 종적 움직임에서 활발함을 보여 벌어진 간격을 조금이나마 상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그랬을까?" 2: 0-0 스코어에 대처하는 자세

이번 경기의 승부처는 후반 중반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19분부터 25분까지 단 6분 만에 두 골을 터트리며 승기를 잡았다. 반대로 한국은 그 짧은 순간에 두 차례 헤딩 슈팅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크로아티아에 허용한 두 번의 실점 순간이 아니다. 후반 초반부터 실점 직전까지 거세게 몰아붙이며 선제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우리 플레이에 있다.

한국은 후반 초반 경기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후반 1분 만에 나온 손흥민의 경쾌한 드리블 돌파에 탄력받은 한국은 신명난 공격을 계속했다. 후반 2분에는 김영권의 헤딩 슈팅이 나왔고, 후반 9분에는 손흥민의 기막힌 왼쪽 앤드 라인 돌파에 이은 박종우의 슈팅이 터졌다. 끝이 아니다. 후반 15분에는 이청용의 드리블 돌파가 나와 전주성을 환호로 물들였고, 2분 뒤인 후반 17분에는 김영권의 긴 패스를 받은 이청용이 ‘지단급‘ 볼 트래핑을 보이며 골키퍼와 1:1에 가까운 기회를 잡았다. 이 모든 장면에서 골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공격 패턴이 나왔고, 운만 조금 따랐다면 선제골은 크로아티아가 아닌 한국의 몫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때는 또 왜 그랬을까? 왜 거세게 공격하다 거푸 실점을 허용해야 했을까? 이는 경기 상황에 따른 올바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경기 상황에 대한 옳은 대처"를 향상되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이기고 있을 때, 지고 있을 때, 비기고 있을 때 상황마다 올바른 대처를 해야만 좋은 경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로아티아전 패배는 공격 횟수를 늘려 이기려던 순간 당했다. 이는 상대가 크로아티아라는 강호라는 것을 그 순간 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와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90분간 일어나는 흐름에 대해 제대로 대처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쥘 수 있다.

 

 

"우리는 왜 그랬을까?" 3: 원 톱과 투 센터백, 근본적 문제

마지막으로 짚을 "우리는 왜 그랬을까"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 원 톱과 투 센터백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를 언급하기 전 한 가지는 이해해야 한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도, 2013년 현재 세계 축구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스페인도, 그리고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무수한 그 어떤 팀도 득점력과 수비력 향상에 대한 과제는 늘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가 수준을 가르는 것이지 한국 축구만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력 미흡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물론 이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크로아티아전, 아니 그 이전까지 드러난 한국 축구의 원 톱과 투 센터백의 갈 길은 먼 게 사실이다.

크로아티아전에서 한국은 전반 조동건을 원 톱으로 세웠다. 후반엔 구자철이 보다 공격적으로 배치돼 제로톱 형태를 갖췄다. 문제는 전반전 원 톱으로 나선 조동건이 기록한 슈팅 ‘0개‘다. 조동건은 기본적으로 볼을 많이 배급받지 못했다. 이는 처음 지적한 3선 간격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허리를 거치는 패스가 없다보니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횟수와 확률 모두 낮았고, 이에 조동건은 대부분의 패스를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는 상태에서 받아야 했다. 따라서 조동건이 기록한 0개의 슈팅에 대한 책임을 모두 그에게 물을 순 없다. 그러나 모름지기 공격수란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난 무수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의 슈팅조차 때리지 못했다는 점은 원 톱으로선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곽태휘-김영권은 크로아티아전에서 중앙 수비벽을 구축했다. 곽태휘는 경기 중 크로아티아 공격수와의 1:1 상황에서 이겨내고, 김영권도 준수한 볼 키핑력과 판단력을 앞세워 좋은 모습을 제법 보였다. 문제는 ‘제로‘였던 시너지다. 크로아티아전 실점 상황은 두 번 모두 상대 공격수를 놓친 것에 기인한다. 더불어 경합해야 할 상대의 헤딩 시 곽태휘나 김영권은 모두 다른 곳에 서 있었다. 실점 장면 두 개가 비슷했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하는데, 그 문제는 다름 아닌 곽태휘와 김영권 조합이 이뤘어야 할 시너지 효과의 부재였다. 특히 두 선수 모두 볼에 시선이 쏠려 다른 공격수를 놓쳤다는 점은 중앙 수비수간 필수 요건인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호흡 불일치를 지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렇게 크로아티아전을 치른 후 드러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3선 간격, 두 번째는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 세 번째는 원 톱과 투 센터백을 포함한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이 중 세 번째 요소, 즉 원 톱과 투 센터백을 위시한 선수들의 경기력은 단기간 치료가 어렵다. 갑자기 뛰어난 원 톱 공격수가 나타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루아침에 비디치-퍼디난드에 버금가는 위력적 중앙 수비수 조합을 만들 수도 없다. 한국 축구의 현실은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 그런데 3선에 관한 문제나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은 다르다. 이 두 가지는 훈련과 선수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선수 개인 기량에 대한 부분을 아예 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 결국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비슷한 처방을 내렸던 것이 아직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만 우리가 바라는 "흔들림 없는 축구 강국"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물론 당분간 한국 축구의 성적은 차치해도 좋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이는 무리한 선택이다. 항상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대표팀임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단기 처방을 위주로 팀을 개편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3선 간격 향상과 경기 중 올바른 상황 판단 능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훈련과 인식 공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눈을 돌려야 할 게 선수 개인에 대한 기량 발전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요즘엔 축구 선진 대륙 유럽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 이 부분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아전은 홍명보호 출항 후 문제점을 가장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마땅한 원 톱이 없고 수비가 불안하다던 막연한 명제에서 직관적이고 또렷한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는 10월 열리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주목해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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